함께 자라기

경상도 사투리로 '어느 정도 높이까지 올라가는 거예요?'를 말하는 밈이 있다.
난 성장
에 대해 생각할 때 항상 이 밈을 떠올린다. 어느 정도 높이까지 올라가야 되는 걸까?
2024년은 성장 속도와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던 한 해였는데 【함께 자라기】는 그런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가이드가 되어 줄 수 있는 책인 것 같 다.
- 경력이 많다고 해서 성장한 것이 아니며, 더 중요한 것은 학습하는 것
- 학습을 잘하는 방법은 의도적 수련과 사회적 활동
- 같이 학습해야 제대로 학습할 수 있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큰 맥락은 위 세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글의 순서나 구조가 너무 잘 짜여있어서 많은 문장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책의 제목은 함께 > 자라기이지만 목차 순서는 자라기 > 함께 인 것도 다 설계된...!
코드만 잘 짜서는 안된다
책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예전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성과 사회성은 별개로 치부되어 “프로그래밍 실력은 좋은데 의사소통 능력은 부족하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했다면, 이제는 프로그래밍을 잘한다는 정의 안에 의사소통 능력을 그 일부로 보게 된 겁니다.
전통적으로 컴공, 개발자의 이미지는 GEEK 한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검정 뿔테 안경에 거북목과 사회성 부족으로 사람보다 컴퓨터와의 대화가 더 편한 이미지...? 아직까지도 그런 편견이 박혀 있고, 종종 농담거리로 사용되는 걸 보면 기술적 성장과 사회성을 별개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것 같다.

개발자 === 컴퓨터 ?
번역을 잘하려면 외국어뿐만 아니라 모국어도, 아니 모국어를 훨씬 더 잘해야 한다. 개발자는 사람과 컴퓨터 사이의 번역가인데 왜 컴퓨터처럼 커뮤니케이션하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걸까? 아보카도 있으면 (아보카도를) 6개 사 오라는 말을, 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왜 저자가 프로그래밍 능력에 의사소통을 포함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알아서 착하자
IT업계 특유의 독성 말투도 사회성 결여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악의는 없다. 경제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일 뿐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너무 감성적이라 그렇다. F인 사람들이랑은 협업하기 힘들다." 와 같은 변명이 지금까지는 통해왔던 것 같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프로그래머들의 성과를 구분하는 것은 사회적 능력입니다.
사회성도 프로그래머의 능력에 포함된다면 일잘러가 되기 위해서는 알아서 착해야 할 것이다.
때론 비논리적일 수도 있다
가장 와닿았던 문장은 남을 설득하기 위해 논리성과 객관성을 버리라는 것이었다. 나도 회사에서 협업을 하고, 종종 남을 설득해 보며 몸소 체험한 인사이트를 잘 정리된 문장으로 보니 굉장히 공감이 갔다.
남을 설득하려면 논리성과 객관성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현실적으로 설득이 가능합니다. 내가 설득하고 싶은 상대를 자주 만나서 신뢰를 쌓고, 그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설명 방식을 선호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출발은 결국 내가 설득하려는 사람에게서 하는 것입니다. 자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단 개발자만이 아니라 다른 직종의 사람들도 하는 실수다. 어떤 방법론이 정말 훌륭하고, 도입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왜 사람들이 안 따라 줄까? 사람들이 너무 수동적이고 보수적이라서, 내가 자료를 더 그럴싸하게 만들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아직 듣는 사람의 마음이 열리지 않았고, 아직 그만큼의 신뢰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문제, 부모 자녀 간의 문제를 다루는 예능 같은 걸 보면 서로 신뢰가 바닥인 상태에서는 전문가가 어떤 솔루 션을 내려도 통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상대방을 믿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회성을 키우는 과정(사람을 대하는 것)은 때론 비논리적이고, 불가해할 수 있다.
나는 공원의 나무? 숲의 나무?

공원의 나무는 숲 속의 나무에 비해서 키가 작은 편이다. 우리 집 앞의 작은 공원의 나무보다 도쿄 신주쿠 쿄엔의 나무가 훨씬 크게 자라기도 하고, 관악산의 나무보다 유럽 숲 속의 나무가 크게 자란다.
어느 정도 높이까지↗︎ 자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속한 환경이 마음에 드는지일 것 같다. 집 앞의 공원으로 만족할 수 도 있고, 아마존의 울창한 밀림정도 되야 만족할 수도 있다. 내가 어디서 자라고 싶은지 먼저 생각해보면 얼마나 자랄 수 있을지 가늠이 갈지도 모른다.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자라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