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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스킬

소프트 스킬이란 대인 관계에서 활용되는 기술을 말합니다. 코드 작성보다 논의가 많았던 요즘,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어요.

존 손메즈의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

표지에는 '평범한 개발자의 비범한 인생 전략 71가지', '흔한 개발자, 존 손메즈. 그는 어떻게 33세에 은퇴했을까?'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이 문장들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 책은 일반적인 소프트 스킬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개발자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였습니다. 그래서 (미국)개발자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면 좋은 책이지만, 소프트 스킬에 대한 내용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책 이름을 다시 짓는다면 '존 손메즈의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이 딱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술 서적이라기보다는 자서전에 더 가까운 책처럼 느껴졌어요.


손메즈씨... 그렇게 흔한 개발자는 아닌 것 같아요...

2022 프로그래머스 개발자 클리셰 설문조사에서 뽑힌 미디어 속 개발자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죄다 체크셔츠를 입고있네요😅

죄다 체크셔츠를 입고있네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개발자 이미지는 자유분방하고, 똑똑하며, 어딘가 피곤하고, 한가지에 푹 빠져서 열중하는 모습인 것 같아요. 그런데 책의 저자 존 손메즈는 이런 전형적인 개발자 이미지랑는 아닙니다. 건강도 엄청 신경쓰시는 분이라서 몸도 엄청 좋으십니다.

멀끔

멀끔

옷장에 체크셔츠는 한 장도 없고, 팔뚝에 타이트하게 붙는 반팔을 입을 것만 같은 이미지에요. 책의 목차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과 사랑, 몸과 정신의 건강을 균형있게 챙기는 사람입니다. 세상 물정에도 밝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에 매몰되기 보다는 육각형 삶을 채운 사람이라고 느껴져서 책읽는 내내 '이 사람 결코 흔한 개발자는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목차
  1. 경력
  2. 셀프 마케팅
  3. 학습
  4. 생산성
  5. 재무관리
  6. 건강
  7. 영혼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Chapter 1에서 책을 소개하며 이런 말을 합니다.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자신의 경력을 관리하고 목표를 성취하며 삶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더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아니 어떤 분야에서든 훌륭해지고 싶다면 삶의 일부 영역에 집중하지 말고 삶을 전체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진짜 개발자, 가짜 개발자

제 마음속에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리누스 토발즈 같은 전설의 프로그래머'같은 사람이 진짜 개발자,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뭐 하나에 푹 빠져들어서 밤을 새는 탐구형 인간도 아니고, 알고리즘 문제 풀기는 항상 어려워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정말 개발자가 적성에 맞을까?'라는 고민을 자주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책을 읽으며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술적인 영역도 중요하지만, 그 외의 영역도 챙길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책의 제목을 '소프트 스킬'로 짓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살든 나는 진짜다.

어떤 업적을 이루고, 얼마나 재산을 일궈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실리콘밸리의 회사에 다니고,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CTO이고, 온라인 강의를 찍고, 책을 출판하고, 3~40대에 은퇴하는 삶'을 꿈꿀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에서 소개한 모든 전략을 정답처럼 생각하고, 따라야할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삶에 대한 튜토리얼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요? 인생은 게임이 아닌걸요.


아쉬웠던 부분

책의 소개에서도 명확하게 밝혔듯이 기술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사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닌 사람이 읽어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세코딩과 같이 커리어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라도 그 사람이 어떤 기술적인 부분에서 일했고, 관심이 있는지 은연중에 드러나는데 이 책은 전혀 알 수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작년에 감명깊게 읽었던 클린 애자일의 저자 로버트 C. 마틴의 추천사가 없었다면 신뢰도가 더 떨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쉽죠?

프랙티컬한 조언들도 조금 추상적이었습니다. 성공적인 경력 관리를 위해서, 그리고 셀프 마케팅의 좋은 수단으로 블로그를 추천하는 부분에서 일단 블로그를 만들고, 꾸준히 글을 쓰라고 합니다. 한 주에 하나만 써도 1년에 52개의 글이 모인다고요. 글을 자주 쓸수록 성공에 가까워진다고 말합니다. 2페이지에 걸친 이런 조언들을 읽으면 셀프 마케팅이 참 쉬워보입니다.

글또에 참여하고, 글쓰기 세미나에서 들었던 강의와 비교해서 이 챕터가 정말 많이 추상화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쓰는 거니 제가 작가였더라도 추상적이지만 자신감 있는 어투로 소개했겠지만... 어쩌면 자기계발서 특유의 그 자신감에 대한 제 반감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아서 걸러들어야겠죠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을 부숴주고 제 삶에서 신경쓰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생각을 넓혀준 책이었습니다. 좋은 개발자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